DAMN, Decentralized Autonomous Media Network
Web3 시대에 미디어가 가야할 길
나는 미디어 산업에서 플레이어로 활동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유일하게 약 1년정도 뉴스레터/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남들과 똑같이 소비자로써 여러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글에서 나의 주장은 온전히 나의 생각을 출처로 하여서 현실과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도 읽어보면 재밌을 것이다.
누-미디어
미디어의 역사
미디어의 역사는 웹의 역사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Media 1.0
Web 1.0과 같이 컨텐츠 생성자와 소비자 간의 일방향 소통이다. 요즘은 잘 보지 않는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이더라도, 소비자가 자신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힘든 경우가 전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내가 얘기하는 피드백이란, 명목상 넣어놓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의 문구 하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Media 2.0
Web 2.0과 같이 컨텐츠 생성자와 소비자 간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유튜브이다. 미디어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유튜브의 정보 전달 성격을 띄는 채널들이 전부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튜브 채널들은 이전 영상의 댓글들에서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영상을 만든다. 혹은 유튜브의 커뮤니티 탭에서 투표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다. 이 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피드백이다.
중립적이다는 착각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미디어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가 우리의 사고, 혹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대중매체, 미디어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기 가장 용이한 도구로 사용되어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미디어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한쪽으로 편향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생각을 해야된다.
먼저 미디어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우리는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이를 다 전달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결국 해당 미디어가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해당 미디어의 취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컨텐츠 작성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나의 사실이어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뉘양스 차이는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 마지막으로 만약 정말 정보를 선택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100% 객관적으로 하였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기존 정보, 가치관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기 떄문에, 이 역시 중립적일 수 없다. 고로 애초에 중립적이라는 것이 불가능한데, 중립적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미디어는 오히려 확실한 색깔, 스탠스를 가져야 한다. 단순한 사실, 정보, 통계들은 음식의 재료 같은 느낌인데, 사람들은 잘 요리된 식사를 원한다. 여러가지 셰프들의 취향이 담긴 식사들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아간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고싶어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 취향과 비슷한 관심사의 정보를 찾게 되고, 과연 이게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인지, 아니면 이러한 특성이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감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든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소비해야되는 정보는 많고, 진실은 상대적이다. 여기서 진실이 상대적이란 의미는 분명히 진실은 하나겠지만, 우리는 특정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을 검증할 수 없고, 믿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trust, but can’t verify), 우리는 진실을 우리가 고르게 된다.
그렇다면, 중립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블록체인의 멀티체인 내러티브와 비슷한데, 결국 각각의 색깔을 가진 수 많은 미디어들이 존재한다고 하였을 때, 그 전체를 보게되면 중립성은 지켜진다. 각각의 미디어들에서 중립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미디어들의 집합 전체에서 중립성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의 수가 한정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주장이 과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무수히 많은 유튜브 채널들이 각각의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큐레이션
앞서 약간 얘기하였지만, 미디어 = 큐레이션이다. 소셜 미디어 피드에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게시물들만 올라오면, 그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잘 큐레이션하냐는 미디어가 살아남느냐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렇다면 ‘잘’ 큐레이션한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해당 미디어의 소비자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해당 미디어의 소비자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들이 뭘 볼지 정하게 하면 된다.
DAMN, Decentralized Autonomous Media Network
나는 특정 축약어가 얼마나 입에 잘 붙냐가 그 내러티브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DAMN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DAMN의 DAO의 일종인데, DAO 중에서도 미디어의 특성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Kiran Cherukuri & Gaby Goldberg의 해당 글에서 처음 소개된 것으로, DAMN에 내용은 해당 글을 굉장히 많이 참고하였다.
해당 글에서 언급된 DAMN의 3가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유저에 의해 소유되는 토큰화된 네트워크
DAO와 같이 DAMN의 참여자/유저들은 해당 DAMN의 토큰을 통하여 DAMN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컨텐츠 생성자, 소비자, 큐레이터와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전부 하나의 토큰에 의하여 인센티브가 일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해당 네트워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따른 인센티브
역시 DAO와 같이 기여자들은 기여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설계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보상을 전부 해당 DAMN의 토큰으로 한다면, DAMN 토큰의 가격이 기여자들의 주된 동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DAMN 토큰의 가격을 어떻게 해당 네트워크의 가치와 양의 상관관계로 만들것이냐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해서 해당 토큰을 필요로 하도록 만들면 된다.
목적은 하나: 컨텐츠 생성과 분배
DAMN은 DAO인데 컨텐츠 생성과 분배라는 단 하나의 기능을 가진 DAO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기존의 DAO가 너무 많은 종류의 의사 결정 문제들을 탈중앙화 형식으로 커뮤니티원들과 함께 해결하려고 했던 것과 달리 DAMN은 오직 컨텐츠의 생성과 분배에 대해서만 함께 결정하기 때문에, 훨씬 시도하기에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DAMN이 좋은 이유
앞서 큐레이션에서 얘기한 것처럼, 사람들이 뭘 보고 싶은지 결정하도록 하면 된다. DAMN에서는 해당 DAMN의 네이티브 토큰을 가진 사람들이 다음 글이나 영상의 주제에 투표를 하고, 컨텐츠 크리에이터는 해당 투표 내용을 참고하여서 컨텐츠를 만들면 된다. 간단하고, 직관적이고, 재밌다.
DAO의 거버넌스 과정은 일반적으로 재미가 없다. 예를 들어, A DeFi 프로토콜의 B/C 풀의 이자율을 0.5% 올릴지 말지 투표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에게 재미가 없다. 결국, 거버넌스 = 귀찮은 것이 된다. 하지만, DAMN에서 거버넌스는 재밌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침착맨의 다음 OOO설명회의 주제를 고르는데 투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그냥 재밌다. 투표를 하면서, 또 커뮤니티원들끼리 토론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 더 재밌다. 결국, 거버넌스 자체가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다. 이게 DAMN이 DAO보다 접근성이 좋은 가장 큰 이유이다.
굳이?
그러면 굳이 왜 DAMN의 형태, 즉 토큰화된 네트워크여야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냥 유튜브 커뮤니티 탭에서 투표로 정하면 되지 않는가?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업사이드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소비자들이 아무리 해당 미디어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던 간에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토큰화된 네트워크로 이를 설계하는 순간, 모든 기여자들이 하나의 토큰으로 인센티브가 일치되고, 만약 해당 네트워크의 가치가 올라가면, 모두가 함께 윈윈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결국 DAMN을 사용하게 되면, 기존에 업사이드를 누리지 못했던 기여자들도 함께 업사이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다.
예시 | Rehash 팟캐스트
Rehash 팟캐스트는 DAMN의 형태를 일부 가지는 팟캐스트이다. 완전히 DAMN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0에서 바로 1로 갈 수 있겠는가? Rehash의 경우, 팟캐스트의 출연진을 JokeDAO라는 거버넌스 툴을 통하여 DAO의 멤버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뽑는다.
DAO의 멤버가 되려면, Rehash의 NFT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토큰화된 네트워크, 다만 여기서는 NFT를 사용할 뿐이다. Rehash는 현재 3번째 시즌을 막 시작하였고, 팟캐스트에 스폰서도 있는 것을 봐서는 성공적으로 PMF를 찾아 나가는 것 같다.
DAMN의 가능성
DAMN은 근본적으로 다른 DAO보다 PMF를 찾기가 용이하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보고싶은 것을 볼려고 하는 욕구와 그 의사결정에 관여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DeFi DAO와 달리 DAMN의 의사결정 과정은 그 자체로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DAMN은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또한, DAO의 거버넌스 토큰이나 NFT의 경우, 해당 토큰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DAMN이라면 그 근본적인 가치는 해당 토큰을 가지고 있음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과정의 유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DAMN의 가치가 커질수록, 토큰의 가치가 커지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 이 글을 통해 많은 미디어 플랫폼, 개인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이 DAMN, 토큰화 네트워크 미디어를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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