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3.0 | vol1. 과학계는 혁신이 필요하다.

알고보니 금융만큼 혁신이 필요한 곳

Science 3.0 | vol1. 과학계는 혁신이 필요하다.
Science 3.0은 기존의 과학계를 블록체인, Web 3.0과 같은 기술을 통해 혁신시키자는 움직임이다. 1편은 왜 현재 과학계가 혁신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다루며, 2편은 이 혁신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해당 글은 Brian Resnick과 Julia Belluz가 작성한 The war to free science 아티클을 많이 참고하였다.

서론

Science 3.0 = Desci

최근 여러 곳에서 Science 3.0이나 Desci와 같은 키워드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Science 3.0은 Web 3.0을 Science에 적용시킨 단어이고, Desci는 DeFi와 같이 Decentralized Science를 뜻한다. Science 3.0이나 Desci나 결국 의미하는 것은 같기에, 나는 편의를 위하여 이 글에서 Science 3.0으로 통일하겠다.

던져야하는 질문

Science 3.0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먼저 꼭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과학계는 정말 혁신이 필요한가? 그리고, 블록체인, Web 3.0 기술이 그 혁신을 이루기 위하여 정말 필요한가?

Web3.0 분야에 대해서 조금만 시간을 보내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블록체인, Web3.0이 사실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분야인데도 마케팅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될 부분이 이것이다. 굳이 블록체인과 Web3.0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해당 기술을 적용시킬 필요는 없다. 그렇기 떄문에, 우리는 먼저 과학계가 정말 블록체인과 Web3.0 기술이 적용되기에 알맞은 곳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연구에서 논문까지의 과정

현 과학계의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연구자가 연구를 하여서 논문을 게재하기까지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연구자/연구자들은 실험을 한 뒤에 결과를 도출해낸다.
  2. 그/그들은 자신의 직책, 또는 받은 펀딩의 조건에 따라서 해당 결과를 발행하기로 한다.
  3. 발행할 학술지를 정한 뒤에,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한다.
  4. 투고된 논문은 편집자가 받아서 동료 평가를 위하여 여러 전문가들에게 보낸다.
  5. 동료 평가가 완료되어서 논문이 받아들여지면, 약간의 포맷팅, 수정을 거쳐서 학술지에 게재된다.

놀라운 점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하는 연구자, 편집자, 동료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 모두 한푼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연구자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Elsevier 기준, 적게는 $500에서 많게는 $5000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학술지인가?

학술지의 역사

최초의 학술지, Journal des sçavans

위키백과에 따르면, 학술지는 연구자가 집필한 논문을 게재하는 잡지로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학술지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초에 학술지는 유럽의 작은 과학 단체에서 서로의 연구 성과를 알리고, 나누기 위해서 발행하는 우편물로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이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눈을 돌린 학술지는 냉전 시기에 엄청난 돈을 연구에 투자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50년대에 크고 작은 학술지들은 서로 합치기 시작하였으며, 1970년대에는 다섯개의 학술지 회사가 전체 연구 논문의 20%를 차지하는 과점의 형태를 띄기 시작하였다. 2013년에는 이 비율이 **53%**까지 증가하였다. 이렇게 경쟁이 없어지고, 소수의 회사들이 독점하기 시작한 순간, 회사들은 대학교, 연구기관을 상대로 과도하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수천개의 학술지를 묶어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문을 PDF 형식으로 읽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서 학술지들이 청구하는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학술지들은 디지털 인프라 명목으로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하였다.

숫자들

  • 대학교가 학술 논문에 사용한 자금이 1986년에 비하여 2014년 521% 증가하였다. 참고로 소비자 물가는 118% 증가하였다.
The war to free science, Vox
  • 버지니아 대학교의 경우, 2018년에 지불한 Elsevier 학술지의 비용이 2016년에 비하여 $118,000 증가하였으며, Springer Nature 학술지가 제공하는 4000개의 저널 중에 1400개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학술지가 넷플릭스보다 더 많이 번다

이처럼 거대 학술지, Elsevier, Springer, Wiley와 같은 회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Elsevier의 경우, 2018년도에 총 매출 $3.2B, 순수익 마진이 19%로 넷플릭스의 2배보다도 큰 수치였다.

2020년에는 그 어떤 빅테크 기업보다도 높은 순수익율을 보여주는 기염을 토했다.

@dthroelfs
여기서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학술지도 사업이고, 회사인데, 높은 수익율을 기록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연구, 세금, 공공재

일반적인 사업이라면 높은 수익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당 산업이 대부분 세금으로 지원된다면 어떨까?

미국의 경우,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 중에서 매년 약 $140B를 연구 지원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 역시 꾸준하게 R&D 지원 예산을 증가하여서 30조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 총예산은 27.4조 원, Sciencetimes

이처럼, 많은 연구들이 정부의 지원, 즉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는 공공재의 성격을 띈다고 말할 수 있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접근 가능하고, 수익을 함께 나눠야 하는데, 현재 연구계는 1) 학술지에서 모든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2) 사람들이 연구를 지원하는데 세금을 납부하였음에도, 해당 연구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다시 또 학술지에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기형적인 구조이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Preprints

이와 같은 학술지의 횡포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던 연구자들은 여러가지 대안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preprints, 즉 출판전 논문을 발행하는 것이다. 출판전 논문은 원래 논문 심사가 완료되기 전에 기록의 형식으로 논문을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학술지들의 착취에 신물이 난 연구자들은 점차 출판전 논문의 형식을 빌려서 논문을 발행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서 아래의 그래프처럼 출판전 논문으로 발행되는 논문의 숫자가 해를 거듭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The war to free science, Vox

arXiv

arXiv는 코넬대학교에서 관리하는 가장 대표적인 오픈 억세스 논문 데이터베이스로, 2,079,209 여개의 논문들이 무료로 게재되고, 접근가능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비탈릭의 여러 논문들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치명적인 단점

하지만, 출판전 논문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동료 평가의 부재이다. 출판전 논문의 원래 목적상, 출판전 논문은 논문의 심사가 완료되기 전의, 즉 동료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논문이고, 동료 평가가 없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아직 해당 연구의 정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펀딩, 또 하나의 큰 이슈

논문과 더불어서 연구를 할 때 가장 큰 이슈는 펀딩이다. 사실 논문 발행과 펀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논문을 발행하려면, 먼저 연구에 대한 펀딩을 받아야하고, 펀딩을 받으려면, 좋은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실는 것이 중요하다.

펀딩의 중요성

최근 코로나 백신의 핵심기술로 떠오른 mRNA를 개발한 카탈린 카리코 박사의 이야기는 펀딩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그녀는 평생동안 mRNA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1990년데에는 모든 정부 지원, 기업 지원등에 거절당하면서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교수 타이틀까지 박탈당하였다. 그녀는 2005년에 노벨상을 탈만한 연구결과를 내였지만, 연구비가 없어서 논문의 교신저자가 되지도 못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쉽지않은 상황에서도 꿋꿋이 연구를 진행해와서 결국 빛을 보았지만,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펀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연구를 포기하였을지 가늠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약 절반의 시간을 연구비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사용하고, 미국의 가장 큰 펀딩 기관인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따르면, 경쟁은 해가 지남에 따라서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다.

The 7 biggest problems facing science, according to 270 scientists, Vox

채널의 한계

펀딩의 핵심적인 문제는 채널의 한계이다. 보통 국가 지원이 아니면, 사기업들의 연구 지원이다. 사기업의 연구지원의 경우, 해당 회사가 전체 연구 과정, 결과, IP까지 소유하게 된다. 이 때, 대부분의 회사들은 자신의 회사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연구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는 펀딩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연구지원의 목표에 연구자들이 연구의 방향성을 맞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연구들은 편향될 수 밖에 없다.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연구비를 따내야, 남은 돈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

우리가 필요한 것은 대중들도 쉽게 과학 연구에 펀딩할 수 있는 통로이다. 예를 들어, 특정 병의 환자, 환자의 가족들이 단체를 이뤄서 특정 연구에 펀딩할 수 있다면, 그 연구의 방향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결과, IP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연구자들 입장에서도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정리

정리하자면, 현재 과학계가 가지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논문 게재 관련

  • 거대 학술지들의 과점 형태
  • 연구자, 편집자, 동료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한푼의 수익도 얻지 못한다.
  • 대학교, 연구기관들은 을의 입장으로서 학술지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지원됨에도, 퍼블릭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 출판전 논문의 경우, 동료 평가가 없어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펀딩 관련

  • 펀딩을 받기 위한 경쟁의 심화
  • 펀딩 통로의 다양성 부재
  • 사기업들의 지원 시, 연구 방향성의 편향, 당장의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 연구들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로써 우리는 현재 과학계에 혁신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블록체인과 Web3 기술이 이 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와 그 움직임에 앞장 서고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