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rality 알아보기

기술은 어떻게 사용되어야할까

Plurality 알아보기

서론

퍼펙트 타이밍

최근 Web3 산업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여러 사건사고들부터 빠르게 변화하는 내러티브에 대한 피로도까지, 지금은 각자가 기존에 Web3에 대하여 가졌던 확신을 철회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다.

이런 시기에 각자가 해야되는 것은 내가 애초에 왜 이 산업에 흥미를 갖고, 시간을 쏟게 된 이유를 곱씹어보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블록체인, 크립토, Web3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여기에 입문하였을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하여 Plurality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그 초심을 다시 기억해내고, 이 기술에 더 확신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lurality에 접하게 된 계기

나는 과거 비탈릭이 제안한 Soulbound Token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서, 이전 글에서도 이 내용을 짧게 다룬 적이 있다. 그러다 비탈릭이 새로 Decentralized Society: Finding Web3's Soul이라는 Soulbound Token에 대한 논문을 발행하였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전반부의 Soulbound Token의 쓰임새에 대한 부분은 이해가 되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해서 등장하는 Plural과 Plurality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 논문에서 Plural은 총 36번 등장하며, NFT가 4번, token이 33번 등장하는 것과 비교하여도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나는 Plurality에 대하여 찾아보기 시작하였고, 처음은 Soulbound Token에 대한 논문을 이해하기 위하여 시작한 여정이었지만, 하다보니깐 Plurality에 대하여 흥미를 느껴서 이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서 글을 작성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Plurality 스케치하기

Glen Weyl

(Economist Glen Weyl on Three Radical Paths to Equality | WIRED)

PluralityGlen Weyl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기 때문에, 먼저 Glen Weyl라는 사람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Glen Weyl은 프린스턴 출신의 경제학자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Microsoft Office of CTO Political Economist & Social Technologist (OCTOPEST)라는 특이한 직함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Decentralized Society: Finding Web3's Soul의 공저자이다. 추가로, 이따가 알아볼 Quadratic Voting을 고안해내었으며, 래디컬 마켓 공정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개혁이라는 책을 쓰기도 하였다.

아래 서술한 내용의 대부분은 Glen Weyl가 팟캐스트에 나와서 말한 내용, 블로그에 작성한 글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Plurality를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Glen Weyl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과 동일하다.

맛보기

Plurality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기술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인간, 커뮤니티들이 서로 협력하는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Plurality는 Pluralism, 다원주의에 기반을 한 이념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다원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Plurality의 정의와 비교하였을 때 비슷한 듯하지만, Plurality는 근본적으로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것이라는 큰 차이점이 존재하다.

직관적으로

(Towards Plurality | Audrey Tang)

위 문구는 우리말로 다음과 같다.

“사물간 인터넷(IoT)”을 보면, 이를 “존재간 인터넷”으로 만듭시다.

“가상 현실”을 보면, 이를 “공유 현실”로 만듭시다.

“기계 학습”을 보면, 이를 “협력 학습"으로 만듭시다.

“유저 경험"을 보면, 이를 “인간 경험”으로 만듭시다.

“특이점이 온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를 “Plurality는 이미 여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위 문구는 타이완의 디지털 장관이자, 저명한 프로그래머인 Audrey Tang에 의한 것이다. Plurality에 대하여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을 2명 꼽자면, Glen Weyl과 Audrey Tang일 정도로, Audrey Tang은 Plurality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Audrey Tang과 타이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이 문구는 Plurality를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좌변의 단어들은 전부 기술 그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우변의 Audrey Tang이 제안하는 단어들은 전부 기술을 사용하지만 핵심은 인간끼리의 협력이다.


Plurality 관점으로 본 AI & Web3

AI

현재 AI는 인간의 능력을 따라하거나, 뛰어넘고, 하나의 일반화된 모델을 통하여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이다. 어떻게 보면, AI는 하나의 정형화된 모델을 통하여 전반적인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totalism이나 monism, 일원주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Plurality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AI는 인간을 도와주거나, 협력하는데 도와주기보다는 인간을 뛰어넘는데 목표를 두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물론, AlphaFold와 같이 AI 기술이 Plurality에 맞게 적용된 사례도 존재한다. AlphaFold는 딥러닝 시스템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모델인데, AlphaFold가 Plurality에 적합한 이유는 해당 기술이 기존의 과학자들을 보조해주는 역할이고, 해당 분야가 인간의 삶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Web3

현재 Web3는 기존의 금융, 사회적 기관들을 대체하는 탈중앙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개인의 자치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Web3는 atomism, 원자주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Plurality 관점에서 Web3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방향성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사회 기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앙화되어 있지 않을수도 있고, 생각한 것만큼 Web3가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Web3에 핵심적인 노드 제공자들은 전부 중앙화되어 있고, 프로젝트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이를 지원하는 VC가 돈을 넣냐, 안 넣냐에 달려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Plurality 관점에서 블록체인과 Web3는 기관들을 아예 대체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들과 개인들이 기존에 가지는 신뢰 관계를 레버리지하여서 다양한 커뮤니티들과 개인들이 더 잘 협력할 수 있도록 사용하여야 한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현재 Web3는 금융에 너무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Web3를 통하여 사람들이 더 잘 협력할 수 있으려면, 금융 데이터보다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Web3 상에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Web3에서 부족한 거버넌스커뮤니티 빌딩과 같은 것들이 전부 이러한 전제조건을 필요로 한다.

주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Plurality가 현재 AI & Web3 기술 자체의 발전에 대하여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Plurality 관점에서 기술들은 계속하여서 발전하되, 서로 다른 인간과 커뮤니티들이 서로 협력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Plurality의 대표 예시

Quadratic Voting

개요

Quadratic Voting여러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공공재에 대한 의사결정을 투표로 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우리 커뮤니티의 대표자를 여러 후보자들 중에서 뽑는다거나, 여러 정책들 중에 어떤 걸 우선시 할지 정하는 것과 같이, 해당 결정이 집단 안의 모든 개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적합하다. Quadratic Voting은 개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도출해내기 때문에, Plurality에 적합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투표 시스템

기존에 투표 시스템에는 대표적으로 one dollar one voteone person one vote가 있다. 먼저 one dollar one vote는 투표권을 자본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거나,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큰 영향력을 가질 위험성이 있다. One person one vote는 반대로, 해당 문제를 얼마나 신경쓰냐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한표씩만 주어지기 때문에, 해당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들에게 너무 불리하다.

메커니즘

그래서 나온 것이 Quadratic Voting이다. Quadratic Voting의 요지는 n번째 투표의 값을 $n으로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번째 투표를 던지리면 $1, 두번째 투표는 $2, 세번째는 $3… 이런식으로, 많은 표를 던지려고 하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이름에 Quadratic(이차)가 들어가는 이유는 투표를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투표 갯수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Quadratic Payments: A Primer | Vitalik Buterin)

Quadratic Voting은 앞서 언급한 두 투표 시스템의 중간으로 One dollar one vote처럼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이나, 많은 자본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 유리하지도, one person one vote처럼 너무 불리하지도 않다.

(Quadratic Payments: A Primer | Vitalik Buterin)

특징

Quadratic Voting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같은 금액이라도 한명이 투표하는 것보다 여러명이 투표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시를 위하여, 현재 A,B,C 세명의 후보자가 있고, 개인이 한명의 후보자에게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1, 총 두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4,… 총 10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100이 필요하다고 하자. A의 투표자에게 $100이 사용된다고 하였을 때, 만약 한명이 $100 전부 사용한다면, A는 총 10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0명이 각각 $1달러씩 A에게 사용한다면, A는 총 100표를 받을 수 있다.

적용 예시

이미 Quadratic Voting은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다.

먼저 2019년 4월에 콜로라도 민주 하원의원들의 모임에서 총 107개의 법안 중에 향후 2년간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Quadratic Voting이 사용되었다. 의원들은 각자 100개의 가상 토큰을 받아서 한개의 법안에 10개의 투표권을 행사할수도, 4개의 서로 다른 법안에 5개의 투표권을 행사할수도, 100개의 서로 다른 법안에 1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타이완에서는 타이완 대통령배 해커톤의 수상작을 고를 때 Quadratic Voting이 사용되었다. 심사위원들은 각자에게 총 99 포인트가 주어졌는데,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들에게 1표는 1 포인트, 2표는 4 포인트, 이런식으로 여러 프로젝트들에 자신이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서 표를 할당할 수 있었다.

약점

Quadratic Voting이 성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가 바로 신원이다. 만약, 개인이 가짜 신원을 여러개 만들어서 Quadratic Voting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는 one dollar one vote 시스템과 똑같아진다. 특히 블록체인과 같이 중앙화된 주체(정부, 신원 인증 기관) 없이 Quadratic Voting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 이는 큰 문제이다.

Soulbound Token(SBT)

개요

SBT는 공개적으로 볼 수 있고, 전송이 불가능한 토큰으로, 사람들간의 관계,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 커뮤니티에 대한 멤버쉽, 자격 증명 등을 나타내는데 사용할 수 있다. SBT는 현재 Web3가 부족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필요한 중요한 기본 단위이다.

SBT로 가능한 것들

저담보, 무담보 대출

기존의 대출 기록, 학위, 커리어들이 SBT로 구현된다면, 기존 금융 시스템처럼 저담보, 무담보 대출이 가능하다.

Souldrop

특정 SBT(컨퍼런스 참여, 프로젝트 참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토큰이나 NFT를 에어드랍할 수 있다.

DAO

각 사람들의 지갑 속의 SBT를 살펴보아서 봇인지, 다계정인지 확인하고, 더 의미있는 SBT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 많은 거버넌스 파워를 부여한다.

Quadratic Voting + SBT

SBT는 Quadratic Voting이 가지는 신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개수 이상의 SBT를 가진 사람만 Quadratic Voting에 참여하게 하여서 봇이나 한사람이 다계정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외에도, SBT는 Quadratic Voting이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만약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SBT를 지갑에 보유한다면, 같은 커뮤니티의 멤버이거나, 비슷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거나, 극단적으로는 시빌공격(Sybil Attack)일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어떻든, 같은 SBT를 가진다는 것은 곧 비슷한 생각과 의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떄문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같은 SBT를 가지는 사람들이 투표한 표들은 할인하여서 계산하는 방안**도 해당 논문에서 언급되었다.

VC와 SBT

Soul(지갑)과 SBT를 언급할 때에는 DID와 VC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SBT는 블록체인 상의 토큰이기 때문에, 스마트 컨트랙트와 호환가능하고, DID에 비하여 이미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고,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장점이 있고, DID는 오프체인과 온체인 자격 증명을 모두 표현할 수 있고,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장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다음의 두가지 경우 중 하나이다.

먼저,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게 되는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A라는 프로젝트가 탈중앙화 디지털 신원으로서 성공하면, A가 쓴 기술을 다른 프로젝트들이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SBT와 VC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두 기술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 두가지를 함께 잘 사용한다면, 더 범용성 높은 프로젝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Audrey Tang, 그리고 타이완

Audrey Tang과 타이완은 Plurality를 언급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과 나라이다.

Audrey Tang

(Audrey Tang, Digital Minister, Taiwan | GovInsider)

Audrey Tang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Audrey Tang은 12세부터 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뒤 수많은 펄과 하스켈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였으며, 14세에 학업을 그만둔 뒤에, 19세의 나이에 실리콘 밸리에서 기업가로 활동하였다. 이후 2005년,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였고, 2014년에 해바라기 학생 운동을 통하여 정치계에 입문한 뒤로, 2016년에 디지털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Audrey Tang은 Plurality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과 협력이 녹아든 삶을 살아왔다.

타이완

Audrey Tang을 필두로, 타이완은 현재 디지털 민주주의, Plurality, civic tech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나라이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g0v

g0v는 2014년의 해바라기 학생 운동을 기점으로 타이완 정부의 정보 투명성에 불만을 가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만든 타이완의 탈중앙화된 civic tech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타이완 국민들이 공공적 의사결정에 bottom-up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다. Civic tech는 정보의 투명성과 국민-정부간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g0v는 정부의 예산 사용 정보를 일반 국민들이 훨씬 더 보기 쉽게 만든 웹사이트를 제공한다.

(스크린샷 | budget.g0v.tw)
(스크린샷 | Taiwanese government’s official budget ministry website)
  • Co-Facts

Co-Facts는 g0v에서 만든 사람들의 협력을 통한 팩트 체크 플랫폼으로, 타이완 사람들은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메시지나 SNS 포스트를 발견하였을시, LINE 앱의 Cofacts 챗봇에 해당 내용을 보내면, 해당 메시지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후 자원봉사 에디터들은 이 메시지들을 팩트체크한 뒤에 챗봇을 통하여 내용을 전달한다. 만약, 여러 에디터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릴시에는 여러 의견을 모두 같이 보낸다. Co-Facts는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에 취약한 타이완에 정말 필요한 기능인 것 같다.

(스크린샷 | Co-Facts)

vTaiwan

vTaiwan현재 타이완에서 논란이 있는 아젠다를 가지고 와서 여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다. vTaiwan의 첫번째 아젠다는 Uber 규제였다.

이 당시, 타이완에서는 기존 택시 산업의 반발 때문에 Uber를 도입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논란이 있었다. 사람들은 vTaiwan을 통해 각자 의견을 내고, 다른 사람들은 올라온 의견들에 대하여 동의와 비동의를 고른다. 선택에 따라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아래처럼 모이게 된다. vTaiwan이 사용하는 Pol.is라는 오픈소스 합의 도출 플랫폼은 댓글 기능이 없는데, 이는 불필요한 논쟁이나 트롤링을 막기 위해서이다.

(pol.is in Taiwan | pol.is blog)

몇일 후, 사람들의 95%가 동의하는 하나의 의제가 정해졌고, 이 의제는 이후 타이페이 택시 협회, 타이완 택시, Uber, 정부 관료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미팅의 주요 의제로서 사용되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할까?

이쯤되면, 어떻게 타이완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였는지 궁금해진다.

Audrey Tang에 의하면, 가장 큰 이유는 타이완에서는 인터넷과 민주주의가 함께 전파되고,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타이완의 계엄령이 1987년도에 끝나면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첫번째 민주적 대통령 선거가 1996년도에 실시되었기 때문에, 인터넷과 민주주의가 도입된 시기가 비슷하다. 이러한 이유로, 타이완에서는 IT 쪽을 이끌고 있는 세대가 정치, 행정부분을 이끌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을 볼 수 있다.


정리

Plurality는 하나의 신념이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따라야할 필요나 생각해야할 필요가 없지만, 만약 이 글을 통해서 Plurality에 대하여 관심이 생겼다면, 앞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마주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서 Plurality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 이 기술/프로젝트가 인간을 위한건가?
  • 이 기술/프로젝트가 서로 다른 인간,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가?
  • 이 기술/프로젝트가 서로 다른 인간, 커뮤니티들의 협력을 도와주는가?

개인적으로 Plurality를 접한 이후, 블록체인과 Web3이 단지 현재 집중된 미술, 금융, 게임 산업을 뛰어넘어서, 사회, 정치적인 영역까지 확장되어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만들고, 관심을 쏟고 있는 기술이 인류의 전반적인 삶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면, 특정 토큰이나 NFT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별일도 아니지 않을까?

참고 자료

Glen Weyl

Quadratic Voting

Audrey Tang & 타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