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오래 사는 법

최근에 Charlotte Fang의 Dynasty Mindset이라는 글을 읽었다.

나보다 오래 사는 법
최근에 Charlotte Fang의 Dynasty Mindset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 사람의 논란과 별개로 해당 글이 매우 좋아서 이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WHAT

Dynasty Mindset은 말 그대로 ‘왕국 마인드셋’인데, 결국 개인적 죽음 이후의 삶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것들의 근본적 차이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왕국이란, 나와 나의 자손, 그리고 그 자손의 후손들까지 이어지는 왕국을 의미한다. 과거의 선조들이 내린 물질적, 생물학적, 정신적 의사결정은 현재 나에게 영향을 미쳤고, 현재 내가 살아서 내리는 의사결정들은 죽고 난 뒤의 나의 후손들에게까지 정해진다는 것, 세대에서 세대로 바톤이 내려가고 지금은 나의 차례라는 것; 이 바로 Dynasty Mindset이다.

Dynasty Mindset을 작성한 사람은 현재 시대가 이 Dynasty Mindset을 잃었고, 그에 따라서 제대로된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해당 마인드셋을 가지고 살아갈 것을 제안한다.

흥미로운 이유

해당 글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일단, 말도 안되는 타임프레임을 개인에게 제안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몇십년 단위로 생각해도 길다고 하는 것과 달리, Dynasty Mindset은 몇 천년 단위로 타임 프레임을 설정한다.
  •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가장 짧은 타임 프레임인 이 ‘순간’의 행동의 영향력에 대해서 강조한다. 즉, 현재 지금 ‘순간’의 행동이 그 다음 ‘순간’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결론적으로는 몇쳔 뒤의 나의 왕국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Dynasty Mindset은 개인주의적 성향에 기인하면서도 공동체주의적인 아젠다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흥미롭다.

몇 가지 포인트들을 살펴보자.

경로-의존성

세상의 많은 일들은 경로-의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일단 특정 행위가 경로 의존적이지 않다고 증명하는 일이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살면서 동일한 상황을 한번만 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면서 같은 조건에서 두 가지 경로를 모두 경험해볼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해당 행위가 경로 의존적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했다고 볼 수 있는 세쌍둥이 실험에서도 비슷한 부분도 많았지만, 아닌 부분도 많았다고 한다.
  • 두 번째는 모든 일이 경로 의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이롭기 떄문이다. 만약 모든 일이 경로 비의존적, 즉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운명처럼 결정이 되어있다고 생각하고, 매 순간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실제 해당 행위가 경로비의존적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이로울리가 없다.

따라서, 나는 세상의 거의 모든 일들이 경로-의존적이라고 ‘생각’한다(이는 마치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누군가에게는 비슷한 논리이지 않을까?).

보통 우리는 x년 뒤의 우리 모습을 그리라는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즉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어쩌면 경로 의존성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Dynasty Mindset은 경로 의존성에 기인하지만, 단지 그 타임프레임이 나 자신의 생물학적 끝을 넘어서고, 이는 꽤 압도되는 일이다. 내가 지금 치고 있는 ‘이’라는 글자는 ‘라는’이라는 글자를 정하고, 결국 문장까지 만들어낸다. Dynasty Mindset에 따르면, 단순히 문장이 아니라, 내가 지금 치고 있는 이 낱말 하나가 몇천년 뒤의 나의 후손, 즉 왕국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니 얼마나 무서운가? 해당 마인드셋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모든 행동이 신중해지겠지만, 동시에 뭘 하기가 두려울 것 같다.

타임 프레임의 설정

의사결정의 당위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일단 해당 의사결정을 어떤 타임프레임에서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먼저 타임 프레임을 설정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무조건적으로 타임 프레임이 길면 좋은 것일까? 결국 해당 질문의 목적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당연히 Dynasty Mindset에서는 나와 나의 후손들과 그 후손들의 후손들까지를 하나의 왕국으로 보기 때문에, 몇 천년의 타임프레임이 강제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가 Dynasty mindset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왜 우리가 죽고 난 뒤의 지구나 환경에 대해서 신경 쓰는가?

아젠다로써의 Dynasty Mindset

내가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형태라도 질서를 확립하고 싶을 것 같다. 과거에는 국가주의적 접근법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차 세대가 바뀌면서, 자유주의적 &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어났고, 이제는 국가주의적 접근법이 썩 먹히는 것 같지 않아보인다. 과거에는 하나의 국가를 하나의 존재로써 보고, 국가의 국민들을 그 존재의 일부로 보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은 ‘국가주의적 접근법이 먹히지 않는 현재, 어떻게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닌 남을 생각하는 공동체주의적 마인드셋을 갖도록 할 수 있을까?일 것 같다. 국가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만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더 많은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까지 신경써야만 질서를 확립하기 용이할 것이다. 여기서 Dynasty Mindset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람들이 현재 내 주변이 있는 이웃, 같은 국가의 국민들에게 공동체주의적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데의 나의 후손들을 생각함으로써,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국가가 해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가족적 가치를 강조해야한다. 이는 개인주의적 성향과 비혼 트렌드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같지만, 결국 바꿔야하는 생각은 하나이다. ‘나 자신의 연장선이 나의 후손, 즉 나 = 나의 후손 = 나의 후손의 후손’이라는 아이디어이다. 이 마인드셋이 깔리게 되면, 개인주의에서 ‘개인’이 나와 나로부터 시작되는 나의 왕국으로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