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이밍에 대한 고찰

게이머들과 게임 업계가 블록체인 게이밍을 싫어하는 이유

블록체인 게이밍에 대한 고찰
게임 업계는 NFT & P2E를 싫어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사람이 오랜시간 동안 특정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다보면, 그 분야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견과 정보에 더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블록체인/Web3 산업에 대하여 파고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블록체인적인 사고를 하게되는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솔직히 나는 왜 게이머들과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왜 그렇게 블록체인 게이밍을 싫어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립적 사고의 필요성

그러다 최근 Bankless의 Why Gamers Shouldn't Hate NFTs를 읽게 되었고, 한번은 블록체인 게이밍을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만약, 내가 왜 그 사람들이 반대하는지도 모르면서 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은 왜 게이머들과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블록체인 게이밍을 반대하는지와,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블록체인 게이밍

블록체인 게이밍은 크게 2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지는데, 첫번째는 NFT를 인게임 아이템, 캐릭터, 토지등등에 적용시키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P2E이다.

블록체인 게이밍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음 영상에서 가져왔다.


블록체인 게이밍을 반대하는 이유; 인게임 NFT

쟁점1. 게임간 NFT 아이템의 상호 운용성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

게임간 NFT의 상호 운용성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생각해보면, WoW의 아이템을 NFT화시킨다하더라도, 이를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게임들은 서로 다른 장르, 아이템 설계와 구조등등을 아예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이템을 NFT화시켜서, 이를 여러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또한, 장르가 비슷하고, 구조가 비슷한 게임들이라하더라도, 게임 A의 아이템을 게임 B로 옮겼을 때, 게임 B가 이를 어떻게 인식할건지, 게임 A를 믿을 수 있는지, 또 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버그등 너무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나의 생각

DeFi의 경우, 서로 다른 DeFi 프로토콜들은 스왑, 스테이킹, 파밍과 같은 비슷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DeFi 프로토콜에서 얻은 토큰을 다른 DeFi 프로토콜에 사용하고 이런 상호 운용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은 훨씬 장르도 다양하고, 훨씬 더 복잡하기에 적어도 현재까지는 게임간 NFT 아이템의 상호운영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Loot에 대하여 얘기하고 싶다.

기존의 탑-다운 형태의 게임들에 대하여서는 위 말이 맞지만, Loot와 같은 바텀-업 형태의 게임들에 대하여서는 상호 운용성이 가능하고, 이미 그런 게임들은 많이 존재한다. Loot이 출시된 이후, 서로 다른 유저들은 이 Loot를 가지고, 저마다의 각자의 컨텐츠를 만들었고, 이 중에서는 게임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 Loot를 한 게임에서 쓰다가, 다른 게임에서 쓰는 경우는 충분히 가능하고, 게임의 구조가 다르더라도, 두 게임이 전부 Loot를 인식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Loot Project

쟁점2. 진정한 오너쉽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

유저들은 NFT를 통해 인게임 아이템에 대한 진정한 오너쉽을 가질 수 없다.

NFT는 결국 토큰이고, 토큰은 트랜젝션을 통해 전송되고, 트랜젝션은 블록에 담겨있다. 블록체인 특성상 블록의 크기가 커질수록, 확장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 데이터(애니메이션, 3D 모델링, 텍스쳐, 사운드 이펙트등등)를 전부 블록안에 담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NFT은 해당 데이터가 저장된 곳을 가르키는 링크만을 포함시킬 것이고, 실제로 immutable한 것은 그 링크이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가 데이터가 실제로 저장된 서버에서 데이터를 교체하면, 유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이 서버가 IPFS같은 분산화 스토리지라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이 데이터가 실제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그 지점에서 게임 개발자가 이 아이템을 인식 못하게 하거나, 사용이 불가능하게 조치를 취한다면, 여전히 유저는 사용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자신의 아이템에 대한 진정한 오너쉽을 가진다고 하여도, 게임이 망한다면, 이를 마켓플레이스에 팔려고 해도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나의 생각

일단 NFT의 탈중앙화를 통한 오너쉽에 대한 문제는 확실히 고민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같이, 게임 아이템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블록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물며 그냥 NFT 프로젝트들도 찾아보면, 이미지는 AWS나 IPFS에 저장해놓고, 그 링크만 토큰안에 저장해둔다. 특히, AWS와 같은 중앙화된 스토리지에 저장한 경우, 탈중앙화를 위해 NFT를 쓴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대부분의 NFT는 이미지에 대한 URL만 포함한다.

또한, 게임의 개발과 운영이 DAO로 운영(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되지 않는 이상, 온-체인 상의 데이터가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지점에서 게임 개발자가 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Loot와 같이 바텀-업 형태로 만들어진 경우를 제외하면, 게임이 망하였을 때, 해당 게임 아이템 NFT를 아무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다.


블록체인 게이밍을 반대하는 이유; P2E

쟁점1. P2E는 수익이 목적인 투자인가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

게임은 태초부터 재미를 위해 플레이하는 것인데, P2E는 게임을 투자로 변질시켰다. 대부분의 P2E 유저들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서, 특정 아이템이나 자산을 획득한 후, 이를 팔아서 실제 돈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이 메커니즘이 성립하려면, 가장 끝에 누군가가 돈을 주고 그 아이템을 사줘야 하는데, 돈을 주고 사는 이유는 게임 플레이에 시간을 투자하기 싫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 게임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생각

위 쟁점에 대하여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2가지이다.

첫째, 게임을 통해서 수익을 얻으면 안되는 것인가? 기존의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자신의 노력과 시간에 대하여 보상받기 위해서는 대회에 참여하거나 트위치 스트리밍을 하거나와 같은 한정적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P2E는 해당 범위를 게임을 즐기는 모두에게 넓혀주혔고, 나는 이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P2E를 통하여 기존에 게임에 기여하던 사람들에게 더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더 게임을 재밌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스킨, 패치, 모드 메이커와 같이 기존에 보상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이 사람들은 더 열심히 게임에 기여할 인센티브가 생기기 때문에, 더 많이 게임에 기여할 것이고, 이는 전체적인 게임의 재미를 증진시킬 수 있다.

쟁점2. 초기 진입 비용과 Scholarship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

P2E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대부분은 평균적인 임금보다 P2E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높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엑시 인피니티와 같은 게임의 초기 진입 비용은 이 사람들에게 큰 돈이다. 이를 해결해준답시고 만든 것이 Scholarship 모델이다. Scholarship 모델은 초기의 진입 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나중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것인데, 이는 기회라기 보다는 착취에 가깝다. 비유를 들자면, 과거에 지주들이 소작농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수확물의 일부를 받은 소작제와 비슷하다.

나의 생각

먼저 초기 진입 비용에 대하여 말하자면, 많은 P2E 게임들은 초기 진입 비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Splinterlands와 God Unchained는 free-to-play이고, 현재 개발중인 Aurory나 Illuvium도 그렇다. 이는 쟁점1과도 연결되는데, 초기 진입 비용이 필요없기 때문에, 유저들은 이 게임을 투자 목적 외에도 재미로 즐길 수 있다.

둘째, Scholarship 모델에 대해서는 관점의 차이인것 같다. 착취라고 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착취보다는 공생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P2E 유저들은 꼭 P2E를 플레이해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필요에 따라서 P2E가 재미있기 때문에, 혹은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착취라고 말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


종합적인 나의 생각

인게임 NFT

게임에서 NFT의 한계나 불필요성에 대한 게임 업계의 우려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들은 진정한 Web3 게임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Web3 게임이란, Loot와 같은 바텀-업으로 게임 제작자는 최소한의 부품만 만들어놓고, 나머지는 커뮤니티가 그 부품을 가지고 자유롭게 컨텐츠를 만들어나가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 제작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형태는 Web2.5 게임, 즉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이 들어가긴 했지만, 블록체인이 나타내는 가치들은 고려하지 않은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 제작사들은 Web2 멘탈리티를 기반으로 Web3에 접근하기 때문에, 애초에 탈중앙화, 투명성, 오너쉽과 같은 가치를 신경쓰지 않는다.

P2E

P2E이든, 아니든,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이 재미있는지이다. 게임이 재미있지 않으면, 아무리 P2E 모델이여도, 사람들은 잠깐동안 하였다가, 손익 분기점을 넘기거나, 보상이 줄어들면 그만둘 것이다. 반대로 게임이 재미있다면,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들도, 해당 게임을 하기 위하여 메타마스크를 설치하고, 토큰을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이제 P2E가 주목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보통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드는데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P2E 게임들을 봐야 P2E가 살아남을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엑시 인피니티와 달리 앞으로 나오는 P2E 게임들은 대부분 free-to-play와 P2E, 둘다 가능한 형태를 지원할 것이고, 게임을 라이트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free to play로 즐기고, 재미와 함께 수익을 얻기 위하여 시간을 투자할 의항이 있는 사람들은 P2E 모델로 즐길 것이다. 즉, P2E는 게이머들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추가해주는 것으로,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은 하나의 게임 장르

과거 유튜브 게이밍 총 책임자였다가 현재는 폴리곤 스튜디오의 CEO인 Ryan Wyatt은 Bankless 팟캐스트에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모든 게임이 블록체인을 적용시킬 필요가 없고, 블록체인 게임은 하나의 게임 장르가 될 것이다. 전세계에는 약 30억의 게이머들이 있고, 각각의 게이머들 중에는 올드스쿨한 선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복잡한 것 없이 게임 아이템을 사고 그냥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오픈 이코노미나 거버넌스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들은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이 사람들이 만약 기존의 free-to-play 모바일 게임에서 블록체인 게임으로 넘어온다면, 이는 숫자로 따지면 많지 않을 수 있겠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기존의 게임 스튜디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도 있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어떤 사람들은 토큰이나 경제적인 것에 신경쓰지 않고, 그냥 게임을 즐기고 싶을 수도 있고,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블록체인 게임은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블록체인 게임의 특성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많은 블록체인 게임들이 생길 것이고, 이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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